구글이 무료로 제공해오던 지도서비스 '구글 맵스(Maps)'를 유료(有料)로 전환하기로 하고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사용료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이미 구글과 유료사용 계약까지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구글은 공짜 왕국으로 통해왔다. 공짜 검색에 각종 공짜 서비스들이 구글제국을 일군 밑거름이었다. 그러나 구글의 이같은 유료화 정책이 앞으로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등 다른 무료 서비스에까지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구글의 공짜 서비스가 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5일 IT·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구글의 한국 총판 SPH 등은 지난달부터 구글 맵스를 사용하는 부동산 사이트나 건설회사, IT대기업 등을 상대로 사용료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 6년간 모든 기업과 개인이 마음대로 구글 맵스를 활용해 스마트폰 어플(응용프로그램)이나 인터넷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게 개방했다. 하지만 앞으론 기업이 구글 맵스를 활용해 상업적인 이익을 얻거나, 기업의 내부업무용으로 쓸 경우 사용료를 받기로 했다. 하지만 일반 이용자에게는 사용료를 요구하지 않는다.

이미 부동산114 등 일부 기업은 구글의 요구를 받아들여 수천만원대의 유료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 정보사이트 부동산1번지의 조성준 부장은 "최근 SPH로부터 연간 4000만원 정도의 사용료를 내지 않으면 10월까지 유예 기간을 둔 뒤 셧다운(프로그램 자동 종료)을 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2008년부터 구글 맵스를 써온 이 회사는 구글이 사용료 지급을 계속 요구할 경우 구글 맵스 사용을 포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금은 구글측이 비교적 규모가 큰 기업에 사용료를 요구하고 있지만, 앞으로 중소 벤처 기업들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벤처업체의 사장은 "아직 구글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것이 없다"며 "구글 지도 서비스를 이용해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을 만들어왔다"며 "이제서야 겨우 수익이 생기는 상황인데 갑작스런 유료화 소식에 불안하다"고 말했다.

현재 구글 맵스를 활용한 스마트폰 어플은 1000~2000개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어플을 만든 중소업체들이 모두 구글에 사용료를 지불해야 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구글이 밝힌 연간 최소 사용료는 1만달러이다. 이 정도 사용료는 벤처기업이 감내하기엔 많은 수준이다. 구글코리아의 정김경숙 상무는 "비(非)상업용의 활용은 여전히 무료"라며 "상업적으로 이용할 경우에도 하루 지도 활용 건수가 2만5000건 미만이면 무료"라고 말했다.

구글의 지도 서비스 유료화 정책 전환에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포털들도 지도 서비스의 유료 모델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진 구글의 지도 서비스가 무료여서 기업들에 '유료'를 언급조차 못했지만 상황이 바뀐 것이다. 네이버의 경우 이용약관에 "상업적으로 지도 활용시 이용료를 내야 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이용료를 받은 사례가 없다. 지금까지는 구글이 인터넷 무료 서비스를 주도해왔으나, 앞으로는 구글발(發) 유료화 태풍이 불어올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 출처 - 조선경제 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