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 1, 2위 사업자인 SK텔레콤과 KT의 주파수 전쟁이 29일 SK텔레콤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주파수 경매 입찰 가격이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난주 약세를 보였던 통신주는 경매 종료를 계기로 반등했다.

경매에서 이긴 쪽은 '승자의 저주'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컸지만 전문가들은 낙찰가가 1조원 아래에서 마무리됐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부분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 SK텔레콤, 주파수 전쟁 승리

이날 장 초반 SK텔레콤과 KT는 1%대 동반 하락했다. KT가 1.8㎓(기가헤르츠) 대역의 주파수 20㎒(메가헤르츠)에 대한 입찰가로 1조원이 넘는 금액을 써내느냐, 입찰을 포기하느냐에 관심이 집중됐다.

지난주 마지막 경매일이었던 26일 입찰가는 1조원 직전에서 멈췄다. SK텔레콤이 9950억원을 적어낸 후 KT가 '입찰 유예'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입찰 유예는 생각할 시간을 더 갖기 위해 경매 진행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것이다.

입찰 유예는 2회 이상 연속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KT가 경매에 계속 참여할 경우 입찰가는 1조원을 넘는 것이 확실한 상황이었다. 경매에 계속 참여할 경우 입찰가를 1% 이상 올려야 하는 규정 때문이다.

결국 KT는 추가 입찰을 포기했다. KT는 “1.8㎓ 주파수 경매가 과열 경쟁으로 인한 사회적 논란과 국가적 손실을 초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추가적인 입찰 참여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8㎓는 차세대 이동통신 'LTE(Long Term Evolution)'를 사용하기 위한 황금 주파수로 불렸다. 하지만 입찰가가 경매 시작일(17일)의 시초가(최저 가격·4455억원) 대비 두 배를 훌쩍 넘어서면서 비용 부담이 커졌다. 높은 낙찰가가 통신 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가 피해를 볼 것이란 비판 여론도 생겨났다.

◆ ‘승자의 저주’ 우려할 만한 수준 아니다

정승교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주파수 주인이 이렇게 결정될 것은 예상된바"라며 "다만 낙찰가를 7000억~8000억원이면 무난하다고 봤는데 1조원에 육박한 것은 생각보다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낙찰가가 1조원을 넘지 않았기 때문에 큰 범주에서 봤을 때 승자의 저주라고 보기 어렵다"며 "이런 점이 주가에 반영돼 통신주가 오늘 강세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이날 5500원(3.81%) 오른 15만원에, KT는 1350원(3.79%) 상승한 3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LG유플러스는 95원(2.10%) 오른 462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최남곤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도 주파수 낙찰 비용을 10년 동안 분할 납부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그리 크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최 연구원은 주파수 비용이 영업이익 대비 2% 수준이기 때문에 크게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SK텔레콤의 경우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4G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1.8㎓를 가져가야 했다는 것이다.

KT가 포기한 데 대해 최 연구원은 "KT 입장에서는 800㎒의 주파수를 싸게 살 대안이 있었다"고 말했다. KT는 800㎒를 2610억원에 낙찰받았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 역시 아직 승자의 저주를 논하기는 이르다고 평가했다. 주파수 비용은 전체의 4분의 1을 낙찰 후 3개월 이내에 내야 하기 때문에 SK텔레콤은 올해 2500억원을 지불해야 한다.

김 연구원은 "현재 사용 중인 주파수 비용의 2배 정도에 해당하기 때문에 승자의 저주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 같은데, 주파수 비용은 향후 수익 증대를 위한 지출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LTE 활성화를 통해 증가할 데이터 수익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 통신업종 고배당 기대

정 연구원은 이제 통신 3사의 주파수가 다 정리됐고 요금 문제도 해소됐으므로 이제 통신업종에 대한 관심은 업계 경쟁 상황과 스마트폰 효과, 배당금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연구원은 "우리나라만 유독 할인을 많이 해줘 스마트폰 효과를 별로 못 누렸지만 이제 상황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업종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배당금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이 꼽힌다. 현재 KT는 주당 2500원 내외, SK텔레콤은 9400원가량의 연간 배당을 할 것으로 추정된다. 배당 수익률로 따지면 평균 6%대다.

최 연구원은 "통신업종의 올해 예상 배당 수익률은 6%로 업종 중 최고 수준"이라며 "KT는 M&A(기업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SK텔레콤과 달리 경기방어주라는 관점에 더 적합하기 때문에 SK텔레콤보다 KT를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주파수 낙찰로 인한 추가 비용은 SK텔레콤의 예상 배당액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고 분석했다.
 

 

[ 출처 : 조선경제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