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트·싸이월드 3500만명 정보 유출 사건… 일부 변호사들, 인터넷 카페서 호객
학생들까지 용돈 털어 소송 착수금 납부

지난달 발생한 네이트·싸이월드 회원 3500만명의 개인 정보 유출 사건을 놓고 인터넷이 시끄럽다. 집단소송을 하겠다며 인터넷 카페 20여 곳이 난립하고 있고, 일부 카페 운영자는 "승소하면 회원님께 30만원씩 지급하겠다"면서 여러 카페에 글을 올려 '호객(呼客) 행위'까지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변호사나 카페 운영자가 착수금만 챙기고 잠적하는 '먹튀' 같은 부작용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회원 부풀리기, 소송비용 환불 사태까지

인터넷 카페 운영자들 중에는 다른 목적으로 운영하던 카페를 집단소송 카페로 이름만 바꿔 회원 수를 부풀리는 편법을 쓰는 경우도 생겼다. 회원이 많은 카페로 피해자가 더 몰리기 때문이다. 그러자 관련 회원 수(8만여명)가 가장 많은 한 카페는 최근 '소송비를 벌기 위해 개설된 집단소송 전문 카페를 조심하라'는 글을 카페 첫 화면에 내걸었다.

인터넷이 혼탁해지면서 집단소송을 준비하던 법무법인이 발을 빼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한 법무법인은 카페 회원을 상대로 1인당 착수금 2만원짜리 집단소송을 추진하다 최근 소송비용을 스스로 환불했다. 이 법무법인은 회원 5만여명의 카페 운영진으로 참여해 지난 10일부터 소송 참가자를 모집했다. 3일 동안 회원 52명이 돈을 입금했으나, 이 법무법인은 지난 14일 "온갖 유언비어로 소송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글을 올리고 참가자 모집을 중단했다.

이 법무법인 측은 "이번 주에 별도로 카페를 개설해 집단소송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했다.

◆미국식 집단소송제 도입 필요

인터넷 집단소송 붐은 2008년 1080만명의 개인 정보가 유출된 '옥션 사태' 이후 확산됐다.

당시 피해자 13만여명이 집단소송을 냈다. 그러나 소송에서 패소하고, 일부 변호사가 수억원대 착수금만 챙겨 잠적하는 '먹튀' 논란이 벌어지면서 집단소송 분위기는 주춤해졌다.

그러다가 지난 7월 '애플 아이폰의 위치 정보 불법 수집'과 관련해 김형석 변호사가 위자료 100만원을 받아낸 뒤 홈페이지를 통해 피해자 2만6000여명을 모아 정식 소송을 내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 분위기가 네이트·싸이월드 정보 유출과 관련된 집단소송 움직임으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집단소송을 낸다고 해도 이기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분위기까지 과열되면 먹튀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법원은 '옥션 사태'에 대해서도 "정보 유출에 대한 옥션의 고의나 과실이 없었다"며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조계 인사들은 미국식 집단소송제 도입 등 제도적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소송을 낸 당사자만 승소 혜택을 받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피해자 대표가 승소하면 소송을 내지 않은 나머지 피해자들에게도 그 효력이 미친다. 이석연 변호사는 "미국 제도를 도입해 소송에 따른 낭비와 혼란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에는 미국식 집단소송제가 2005년 증권 분야에 한해서만 도입됐다.


[ 출처 : 조선닷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