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IT제품 수요가 늘진 않아, 완성업체보다 부품주가 유망"

미국 애플사(社)가 깜짝 실적을 발표하며 국내 IT(정보기술)주가 '애플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20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각각 3.53%, 3.64% 올랐고, LG전자는 1.95%, LG디스플레이는 4.80% 상승했다. IT 부품주 삼성SDI가 7% 넘게 급등했고 삼성전기, LG이노텍도 상승했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IT 부품주도 강세를 보였다.

◆애플 어닝 서프라이즈에 IT주 강세

최근 국내 IT주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미국 경기가 더디게 회복되고 유럽 재정위기로 IT 제품 수요가 부진했던 탓이다. 최대 소비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과 인도에서도 긴축 정책이 이어지며 상반기 IT 수요는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각 증권사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LG전자 등 주요 IT 업체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이달 초 하나대투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기존 120만원에서 116만원으로, 하이닉스는 4만5000원에서 3만7000원으로 내려 잡았다. KB투자증권은 LG전자의 목표가를 기존 14만5000원에서 10만원으로 낮췄고, 동부증권과 신영증권은 LG디스플레이의 목표가를 끌어내렸다.

그러나 7월 들어 미국 IT 기업들이 실적을 발표하기 시작하면서 침체된 분위기가 반전됐다.

미국 S&P500 지수 구성종목인 애플은 19일(현지시각) 장 마감 후, 지난 4~6월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82% 급증한 286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순이익은 작년보다 2배 뛴 73억1000만달러였다. 실적 발표 후 애플은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가 급등하며 거래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애플에 앞서 실적을 발표한 IBM의 2분기 매출은 작년보다 12% 증가한 267억달러, 순이익은 36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IBM은 5.7% 상승했다.

미국 IT 기업들이 깜작 실적을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유가증권시장에서 IT 업종은 이틀간 5% 가까이 올랐다.

 

◆완성업체보다 IT 부품주 유망

미국 기업이 깜짝 실적을 발표하며 국내 IT주가 동반 상승세를 보였지만, 전문가들은 IT주 투자에 대해 아직 확신할 수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IT주가 호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크게 오른 것은 그동안 낙폭이 컸기 때문이고, 미국 기업들이 호실적을 발표한 것만으로 국내 IT 업체의 실적 개선을 점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작년 이후 연속 빅 히트상품을 내고 있는 애플의 선전은 IT업종 내에서 다소 예외적인 것으로 전체 IT 업황을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일반적이다.

하이투자증권의 송명섭 팀장은 "애플의 실적이 좋았던 것은 애플 제품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판매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전체 IT 제품의 수요가 늘어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IBM의 실적이 향상된 것도 하드웨어 부문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부분 판매 호조 덕분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IBM은 2분기 소프트웨어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면 하드웨어 판매량은 크게 줄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많은 애널리스트가 IT 산업의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는 것을 매우 염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전망이 불확실한 IT 완성업체보다 애플 등에 부품을 납품하며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품주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미래에셋증권의 이순학 애널리스트는 애플과 삼성전자에 부품을 납품하는 삼성전기와 삼성SDI를 추천했다. 키움증권의 홍정모 연구원도 관련 부품주의 투자 심리가 먼저 호전될 것이라며 하이닉스와 삼성전기, LG이노텍, 삼성SDI, 인터플렉스, KH바텍, 블루콤을 투자 유망 종목으로 꼽았다.
 

[ 출처 : 조선경제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