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00만명 정보 유출 '사상최악'… 신용카드 정보 빼갔을 가능성

일본의 글로벌 전자회사 소니(SONY)에서 사상 최대규모의 개인정보 해킹 사건이 일어났다. 소니 미국법인은 27일 "자체 조사 결과 외부 해커의 침입으로 소니의 온라인 게임 서비스인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PSN)'와 온라인 음악·영상 서비스 '큐리오시티(Curiosity)' 사용자 7700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됐고, 신용카드 등 금융정보 유출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번 해킹으로 이름·아이디·비밀번호·생일 등 기본적인 개인정보는 물론이고 게임 구입 내역, 대금 청구지 주소 등도 모두 유출됐다. 온라인게임이나 아이템을 사는 데 사용한 신용카드 정보도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 패트릭 세이볼드(Seybold) 소니 미국법인 대변인은 "해킹은 17일에서 19일 사이에 발생한 것 같다"며 "일단 해당 사이트 운영을 중지하고 유출경위 파악과 복구작업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니 천문학적 피해 예상…합의보상금 17조원 들 수도

소니는 그동안 게임을 불법복제하는 해커들에게 법적 소송을 불사하는 등 강경책을 써와 해커들의 집중적인 공격 타깃이 돼 왔다. 해커들은 소니 임원의 개인정보를 빼낸 데 이어 이번에는 아예 사이트의 핵심정보를 빼가는 대담한 범행을 저질렀다.

IT업계는 이번 소니 해킹은 사실상 '알고도 못 막은' 사례라고 지적한다. 이달 초에도 해커집단 어나니머스(Anonymous·'익명'이란 뜻)가 소니 웹사이트를 공격해 소니 임원들의 개인정보·가족정보를 공개했다. 한 임원은 전처(前妻)의 이름이 공개되기도 했다.

소니는 이후 시스템 보안을 강화했지만 해커들은 초비상이 걸린 소니의 보안망을 손쉽게 허물고 민감한 정보들을 빼갔다. 소니는 현재까지 정확한 해킹 경로나 방법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용자는 주로 미국(3600만명), 유럽(3200만명) 사용자가 많다. 일본을 중심으로 아시아(900만명) 사용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니는 20일부터 온라인게임 서비스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PSN)'와 온라인 음악·동영상 서비스 큐리오시티를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소니는 이날 공식 블로그를 통해 "PSN 사용자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바꿔달라"고 권고했다. 언제 다시 PSN과 큐리오시티 서비스가 재개될지는 불투명하다.

소니는 이번 해킹으로 천문학적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정보보호 컨설팅업체 포네몬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미국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됐을 때 평균 합의금은 1인당 214달러. 77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소니가 최대 165억달러(17조원)의 합의금을 물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적 부진에 지진 피해까지 겹친 소니로서는 매우 괴로운 상황이다.

 

◆해킹당하고도 쉬쉬하는 글로벌 기업들

세계 보안업계는 향후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빼내는 정보도 아이디·비밀번호 수준을 넘어 거래내역·신용카드 정보 등 구체적인데다 지극히 위험한 금융정보가 많다. 실제로 아마존·닌텐도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보안망이 뚫리는 해킹사고가 지난해부터 잇따르고 있다. 통신업체들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 통신업체 AT&T에서는 지난해 해킹으로 아이패드 고객 11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기도 했다.

미국 보안업체 맥아피는 올 초 보고서를 통해 "정부나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조직적이고 전략적인 해킹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나타내려는 이른바 '핵티비즘(Hacktivism·해킹과 액티비즘을 합친 말)' 시도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아이패드와 아이폰 같은 모바일기기가 널리 사용되면서 개인적인 데이터·신원정보 노출 위험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IT기업들은 이런 위험성을 소비자들에게 잘 알리지 않고 있다. 사용자 위치정보를 대량 수집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애플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의 개인정보보호 운동가 베스 기븐스(Givens)는 "기업들이 개인정보와 관련해 침묵을 지키는 바람에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밝혔다.

[ 출처 : 조선경제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