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에 깔린 무선랜 공유기… GPS 위성 역할 하는 셈

20일 오전 11시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1층. KT용 스마트폰 배가X를 켜고 '롯데 인사이드 아이'란 무료 앱을 실행했다. 메뉴에서 '내 위치' 버튼을 누르자 화면에 백화점 1층 지도가 뜨면서 현재 위치가 표시됐다.

지도에서 전자제품 매장을 선택하니 '7층으로 가라'는 글과 함께 에스컬레이터 위치가 안내됐다. 7층에 올라가자 지도가 바뀌면서 내가 찾는 매장의 위치가 떴다. 차에 달린 내비게이션이 길 안내를 해주는 것처럼 스마트폰 속 앱이 '백화점 안내 도우미' 역할을 한 것이다.

 

이 앱은 어떻게 건물 안에서 위치를 찾을까. 보통 내비게이션이 작동하려면 하늘이 보여야 한다. 위치정보확인시스템(GPS)은 하늘이 보이지 않으면 위성과 교신이 안돼 위치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비밀은 건물 안에 촘촘히 깔린 무선랜(와이파이) 공유기에 있다. 스마트폰을 든 사람이 건물 안에서 돌아다니면, 여러 공유기의 신호 세기를 복합적으로 계산해 현재 위치를 찾아내 지도에서 표시한다. 내비게이션에 비유하자면, 공유기가 GPS의 위성 역할을 맡아 측량의 기준이 되는 셈이다.

이 앱은 지하 주차장 안에 있는 차량 위치도 찾아준다. 앱 실행 후 차 번호만 입력하면 된다. 그러면 내 차가 세워진 층과 주차 구역이 나온다. 해당 층에 도착하면 주차 위치까지 갈 수 있는 길도 안내한다. 주차 위치를 자동으로 안내할 수 있는 것은 주차장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 덕분이다. 롯데백화점 주차장에 달린 카메라에는 차량 번호판 인식 기능이 있다. 차량의 이동 경로를 쫓다가, 일정 시간 이상 한 구역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해당 구역에 주차한 것으로 판단한다.

이 앱은 KT와 롯데백화점이 함께 만들었다. 현재는 소공동 본점과 그 주변에서만 쓸 수 있다. 두 회사는 고객들의 반응에 따라 서비스를 다른 지점으로도 확대할 방침이다. 정승인 롯데백화점 상무는 "고객의 맞춤형 쇼핑 도우미가 될 수 있도록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했다.

SK텔레콤도 비슷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 SK텔레콤과 신세계백화점은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 백화점에서 주차 위치를 안내해주는 앱을 출시했다. SK텔레콤은 이 앱에 매장 안내, 이벤트 및 할인 쿠폰 안내, 주변상점 검색·추천 등의 서비스를 추가할 예정이다.

 

[ 출처 : 조선경제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