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이야! 왜 베껴" "적반하장! 누가 할 소리"
애플, 美법원에 삼성 제소
"갤럭시S, 아이폰 포장도 베껴"… 삼성 "오히려 애플이 먼저 통신특허 무단 사용" 반박
"삼성 갤럭시S2 출시 앞두고 애플이 견제 시작" 해석도

미국의 애플이 삼성전자를 '아이디어 도둑'으로 몰아세웠다. 삼성의 스마트폰 '갤럭시S'와 태블릿PC '갤럭시탭'이 애플의 '아이폰'·'아이패드' 디자인을 그대로 베꼈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삼성은 "일부 모양이 비슷하다고 해서 표절이라고 몰아세우는 것은 가당치 않다"며 "오히려 애플이 우리가 가진 통신분야 특허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업계에서는 스마트폰 시장을 연 애플이 삼성의 추격을 차단하기 위해 공세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 "삼성이 아이폰·아이패드 디자인 표절했다"

19일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15일 "삼성이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며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스티브 다울링 애플 대변인은 "삼성이 최근 내놓은 제품들이 형태는 물론이고 포장 방법까지 애플 제품을 노골적으로 베꼈다"면서 "이런 회사들의 도둑질(stealing)로부터 회사의 지적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소송을 냈다"고 주장했다.

애플은 소장에서 직사각형 아이폰에 둥근 모서리를 채용한 점, 테두리를 은색 띠로 감싼 것, 아이폰3 뒷면을 평평하지 않고 볼록하게 만든 것, 모서리가 둥근 아이콘을 한 줄에 4개씩 배열한 점 등을 삼성이 베꼈다고 주장했다. 또 삼성이 애플 제품을 베껴서 얻은 수익에 대한 손해배상과 사과광고 등도 요구했다.

애플이 삼성을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아이패드2 발표회장에서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는 삼성 갤럭시탭을 겨냥해 '표절꾼(copycat)'이라고 비난했다. 작년에 갤럭시탭이 첫 출시될 때도 "시장에 나오자마자 사망할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잡스의 독설(毒舌)과 달리 삼성 갤럭시탭은 작년에 200만대가량이 팔려나갔다. 1500만대가 팔린 애플 아이패드에 이어 태블릿PC 판매량 2위를 차지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삼성 갤럭시S가 애플 아이폰의 독주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삼성 "애플이 우리 특허 기술 무단사용" 반박

애플의 소송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아직 소장을 받아보지 못해 정확하게 답하기 어렵다"면서도 "표절을 한 적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 관계자는 "먼저 도둑질을 한 쪽은 애플인데, 우리한테 몽둥이를 든다"며 "애플의 '적반하장(賊反荷杖)'식 태도에 회사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삼성은 20여년간 휴대폰과 이동통신 장비를 만들면서 많은 특허를 갖고 있는데 애플이 뒤늦게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기존 업체들의 특허 기술을 무단으로 쓰고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삼성의 상승세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소송을 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말 삼성의 차세대 스마트폰 '갤럭시S2'가 출시되는 시점에 맞춰 흠집내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애플의 아이폰4 후속모델은 출시 시기가 6월 이후로 예정돼 있다. 이 때문에 경쟁사 제품에 '표절'이라는 딱지를 붙여 인기를 차단하고 자기 회사 제품의 첨단 이미지를 과시하려 한다는 것이다.

◆진짜 베꼈나… 소송 전망은

애플 제품은 군더더기 없이 세련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이른바 '애플 스타일'이다.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 등 '애플 3총사'는 편리한 기능과 더불어 손에 착 달라붙는 듯한 감성적 디자인 덕분에 세계적 베스트셀러로 떠올랐다.

아이폰의 대항마로 출시된 삼성 갤럭시폰은 얇고 날렵한 외관, 선명한 액정화면 등 언뜻 보면 아이폰과 비슷하다. 지현국제특허법률사무소의 오병석 대표변리사는 "미국 특허법은 제품의 외관이나 일부분, 아이콘 등 디자인 요소의 독창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편"이라며 "삼성에 표절 판정이 내려질 가능성도 있으므로 잘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애플의 디자인이 완전히 독창적인 것은 아니다. MP3플레이어 '아이팟'이 독일의 저명한 산업디자이너 디터 람스가 디자인한 휴대용 라디오 'T3'를 본떠 만들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김형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산업디자인학)는 "애플과 삼성 제품이 비슷하기는 한데, 이것은 일반적인 디자인 요소라고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디자인에도 유행이 있는데, 요즘은 애플처럼 깔끔한 디자인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 출처 : Chosunbiz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