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의 혁신 제품은 대부분 일상에서 겪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평범한 이들의 작은 발상의 전환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의료 산업은 첨단 의료 기기에서 웰빙에 중점을 둔 소비재에 이르기까지 진화하는 소비자 요구, 기술 발전 및 개인 복지에 대한 강조로 인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 왔다. 예방 의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전반적인 웰빙을 촉진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헬스케어 제품은 물론이고 우리 주변의 혁신 제품은 대부분 일상에서 겪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평범한 이들의 작은 발상의 전환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이 아이디어에 ‘실행력’이라는 숨결을 불어넣을 때 비로소 살아있는 제품이 탄생된다. 오늘 기자가 만난 (주)모비유의 김형석 대표이사가 선보인 소비자를 위한 의료기기 제품들이 그러하다. 서울시 관악구에 위치한 모비유는 퍼스널 헬스 케어용품 전문 제조업체로 13년차 업력을 자랑하고 있다.

 

모비유의 김형석 대표이사의 이력은 다소 특이하다. 김 대표는 의학 관련 신문사의 사진작가로 재직했다. 취재가 있을 때 사진 촬영 기자는 사진 촬영만 하고 뒤로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흥미롭게도 김 대표는 취재기자와 동석해 인터뷰와 주고받는 이야기에 귀기울였다고 한다. 그때 어깨 넘어 들은 의학 관련 정보들이 너무 재밌었다는 김 대표는 이 무렵 의료 산업 전반적인 지식을 쌓는 좋은 경험이 되었고, 특히 의료기기 시장의 유망성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결국 사진작가의 길을 그만두고, 2010년 10월,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모비유를 창업하기에 이르렀다. 그때가 결혼식을 올린 지 한 달 뒤였다. 아내 될 분에게 회사를 그만 둘 얘기를 미리 했었냐는 질문에 “말 안했죠”하며 크게 웃는 김 대표. 이후 10여 년간 아내는 사업적인 성공을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도 언제나 훌륭한 내조자가 되어줬다고 한다.

 

 

휴대용 링거 보조대 세계 최초 제품화

평소 관찰력이 뛰어나고 아이디어 뱅크라 불리던 김 대표의 첫 의료기기 제품은 휴대용 링거 보조대였다. 

병원에서 환자들이 밀고 다니는 링거 폴(IV Pole)을 눈여겨보던 중 ‘이거구나’ 싶었다. 스탠드 형식에 쇠로 되어 있어 환자들이 밀고 다니면 바닥과의 마찰음 때문에 여간 시끄러운 게 아니었다. 

밤에 환자가 화장실이라도 갈 참이면 소음 때문에 4인실이나 6인실 병동의 다른 환자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고, 온 바닥을 밀고 다니다 보니 스탠드 바퀴에는 바닥의 머리카락이나 먼지들이 엉켜 붙어 위생상 좋지 못하고 관리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링거 줄이 꼬여 환자들이 볼일을 볼 때 두 손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불편함도 있었다. 그래서 김 대표는 굳이 바닥을 끌고 다니는 스탠드 형태가 아닌 휴대용 링거 보조기를 만들기로 했다. 바로 ‘이지폴홀더(EZ Pole Holder)'이었다. 환자의 한쪽 어깨에 부착하기만 되는 고정형 링거 보조기였다. 이 제품은 세계 3대 디자인 상 중 하나라는 레드닷디자인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쪽 어깨에만 부착하면 되니 이동이 자유롭고 두 손이 자유로워 화장실 사용이나 볼일을 볼 때도 훨씬 더 용이해졌다. 폴리에틸렌(polyethylene) 소재다 보니 내구성이 좋고 무게도 부담 없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독일 등 해외 전시회에서도 주목 받고 바로 40개국에서 샘플을 요청 받았다. 

김 대표는 “세계적으로 링거 보조기 관련 특허 출원 건만 300~400건이 된다. 하지만 실제로 제품화한 것은 이 제품이 세계에서 최초다”라며 “2014년부터 독일의 제일 큰 의료기기 전시회에 4년 연속 참가했는데 모두들 모비유에 줄을 설 정도였다. 그만큼 인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실망을 밀어내고 고심 끝에 나온 성과, needle disposal box

그러나 첫 출발이 너무 순조로웠던 걸까. 문제는 환자들이 보조기구를 스스로 착용하는데서 쉽지 않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번 익히면 쉬운 착용법이었지만 환자들에겐 낯선 보조기구가 어렵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결국 뜨거웠던 반응은 사그라지고 재계약은 무산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실망하지 않았다. 2012년 첫 개발 이후 장장 10년 간 보완을 거듭해 드디어 올해,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이전 제품과 달리 누구라도 착용 방법이 용이하도록 고안된 디자인으로 곧 양산을 앞두고 있다. 

IV Bag의 다양한 용량에도 손쉽게 높이와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개인의 위생을 고려해 탈부착이 가능한 1인용 에어매쉬까지 세심하게 고려했다. 첫 제품이 개발되고 사업이 정체기를 가진지 10년의 세월을 거치는 동안 김 대표는 한 번도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장에 나와 있는 제품보다 어떻게 하면 더 훌륭한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 고심에 고심만 거듭했을 뿐이다. 

그 결과 올해 모비유의 역작이라 부를 수 있는 제품이 탄생했다. ‘주사기 바늘 처리함(니들 디스포저, needle disposal box)’이다. 의료 폐기물 중 하나인 주사바늘은 안전 표준을 충족하고 날카로운 폐기를 위해 특별히 설계된 니들 폐기 상자를 선택해야 한다. 

또한 날카로운 부분이 튀어나오거나 돌출되지 않도록 용기를 지정된 채우기 선까지만 채워야 한다. 과도한 주입은 폐기 또는 운송 중 부상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존의 디스포저들은 모든 유형의 바늘 사이즈를 다 적용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일반 바늘은 디스포저 구멍에 넣으면 바늘만 톡 빠지도록 하는데 인슐린이나 접종 바늘 등 두께가 다른 특수 바늘을 사용할 경우에는 디스포저에 맞지 않아 바늘이 꽂힌 주사기 통째로 버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 폐기물 부피가 커져서 디스포저를 낭비하게 된다. 또한 간호사들이 바늘을 직접 제거하다가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다. 

현장에서의 애로사항을 파악한 김 대표는 다년간 모든 유형의 바늘을 연구한 끝에 어떤 주사기 바늘이라도 모두 폐기가 가능한, 모비유만의 독창적인 니들 디스포저를 개발하게 된 것이다.

 

 

100% 모든 바늘 폐기 가능한 ‘니들 디스포저’ ESG 순풍!

김 대표는 “이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간호사나 간호부장 등 병원 관계자들이 수고를 덜고, 의료 폐기물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큰 이점이 있습니다. 배출량이 줄어들면 그만큼 의료 폐기물 처리 비용을 절감시키고, 의료 폐기물을 수거하는 전문 업체 역시 수거 양이 줄어드니 운송 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나아가 의료 폐기물은 반드시 전기 용광로에서 소각하게 되는데 절대적인 소각량을 줄일 수 있고, 전기 사용량을 줄이게 되니 그만큼 탄소배출을 절감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병원 측은 요즘 화두가 되는 ESG경영을 해나갈 수 있고요”라고 설명했다.

더 빨리 제품화해서 내놓고 싶었으나 당장의 수익 창출보다는 100% 모든 바늘이 다 제거가 되는 디스포저를 만들고 싶은 바람이 더 컸다.

어떻게 하면 계속해서 꾸준히 제품을 만드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원래 성격이 긍정적입니다”라고 말하는 김 대표. “남다른 상상력이 있고, 상상력을 현실화해서 제품화하는 그런 과정을 액션으로 옮기는 실행력이 좀 뛰어난 것 같아요. 뭔가 아이디어가 잡히면 어떻게든 시제품을 만들어 테스트해봅니다. 이것(니들 디스포저)만 해도 그 많은 주사기를 다 가능하게 하겠다는 욕심에 얼마나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몰라요. 올해 3월 달에 키메스(KIMEAS)에서 데모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연을 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습니다”라고 말했다. 값진 반응이 아닐 수 없다. 

향후 니들 디스포저는 KIMEAS(국제의료기기 전시회), K-호스피털 페어 등 다양한 전시회를 통해 홍보해나갈 계획이다. 이외에도 모비유는 무지외반증 교정기, 손가락빨기교정기구 등 소비자를 위한 다양한 헬스케어 제품을 생산 • 판매 중에 있다. 

 

 

의료 기기 산업은 앞으로 몇 년 동안 괄목할 만한 성장과 변화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 기술 발전, 맞춤형 의료 서비스의 증가, 인구 고령화 및 새로운 시장의 출현은 모두 업계의 유망한 전망에 기여한다. 의료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우리는 궁극적으로 의료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꾸고 전반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모비유의 김 대표의 열정도 그만큼 더 불타오를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더 큰 성장과 도약이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기자 | 이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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